여러분들은 해외 여행을 가서 사용하려고 그 나라의 화폐로 환전을 해 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많은 나라가 자국의 화폐 대신 달러를 받아주는 것을 볼 수 있으며 심지어 달러를 사용하는 나라도 있습니다. 그만큼 달러의 국제적인 ‘지위’가 높다는 의미입니다. 이처럼 해외 금융거래에서 널리 사용되는 화폐를 기축통화라고 합니다.
기축통화에 대한 설명
“달러로 계산이 가능합니까?”
다른 나라에 여행을 가서 물건을 사거나 식당에서 음식값을 지불할 때 위와 같이 묻는 경우가 있습니다. 왜 그 나라의 화폐가 아닌 달러로 계산하는 것을 받아주거나 반기는 것일까요? 달러로 대신 받아도 충분히 거래상의 이익이 있고, 다시 환전할 때 손해가 없을 것이라는 신뢰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처럼 화폐의 본질은 ‘신뢰’입니다.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화폐의 수는 180여 종에 이릅니다. 다양한 국가와 다양한 민족이 존재하는 만큼 거래 수단으로서의 화폐의 종류도 다양합니다. 그 중에서도 거래할 때 가장 많이 쓰이는 화폐는 단연 ‘달러’입니다. 달러는 국제 거래에서 결제 비중이 약 40%에 이를 정도로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전 세계 국가들이 보유하고 있는 외환의 60%가 달러입니다. 이처럼 국제간의 시장에서 금융거래나 결제의 기본이 되는 화폐를 ‘기축통화’라고 합니다.
앞서 화폐의 본질은 신뢰라고 언급했습니다. 미국의 달러화가 기축통화로서 지위를 인정받는 것은 미국이라는 나라를 신뢰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군사력이 강한 국가이며 경제적으로도 대국이라는 인식이 보편적이기에, 미국이 발행하는 화폐인 달러도 믿을 수 있는 것입니다.
달러가 기축통화가 된 역사
변동환율제 이전에는 화폐의 단위를 일정량의 금 가치에 결부시킨 금본위제(금본위제 용어해설 바로가기)가 널리 시행됐습니다. 금은 그 자체만으로도 희귀성을 가지고 있고 휴대하기도 쉬워 거래수단으로서의 기능이 우수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이나 경제 위기 등 혼란한 상황에서도 가치를 유지할 수 있어 19세기 영국을 시작으로 독일, 프랑스, 덴마크 등 주요 국가들이 금본위제를 도입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종전 무렵 패권국으로 부상한 미국은 브레턴우즈라는 도시에서 연합국 대표들이 모여 세계경제질서 확립을 위한 회의를 개최하게 됩니다. 이 때 미국은 금 1온스를 35달러로 고정시키고 각국의 화폐를 달러와 연동시키는 제안을 통과시킵니다. 미국을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만든 금본위제가 시작된 것입니다. 이 체제에서는 달러를 사용해야만 금으로 교환할 수 있습니다. 세계 각국은 금으로 교환하기 위한 달러를 비축하기 시작했고 바야흐로 달러가 ‘기축통화’가 된 기점이라 하겠습니다.
맺음말
미국이 금본위제를 포기하고 변동환율제가 자리 잡으면서 달러를 무제한으로 발행할 수 있게 됩니다. 실제로 금융위기나 코로나19(COVID-19) 유행 이후로 양적완화를 시행하며 세계 각국에 풀린 달러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형성되기도 했습니다. 달러의 위상이 흔들리면서 언제까지 기축통화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중국이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기 위해 디지털 위안화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디지털화폐(CBDC) 운용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검토하고 있습니다. 달러의 기축통화 자리는 언제든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