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용어] 매몰비용(Sunk Cost)

지난 14일 복구를 위해 영국으로 옮겨졌던 콩코드 여객기가 뉴욕으로 돌아왔습니다. 콩코드기는 본래 영국항공 소속 여객기로 지난해 8월 영국 브룩클린 해군기지로 옮겨져 복구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약 7개월 간의 복원 과정을 거친 뒤 인트레피드 해양항공우주 박물관으로 복귀한 것입니다. 대형 빌딩이 늘어선 뉴욕의 마천루 아래에서 강 위를 둥둥 떠가는 콩코드 여객기의 모습이 신기해 ‘콩코드의 귀갓길’이라는 제목으로 유튜브에 생중계 될 정도였습니다.

사진 출처 – AFP(Agence France-Presse)


콩코드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여객기로 유명하지만 비운의 여객기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국과 프랑스는 파리에서 뉴욕을 3시간에 주파하는 여객기를 개발한다는 목표 아래 힘을 합쳤으며 1976년 첫 상업 비행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승객을 100명밖에 태우지 못하는데다 일반 여객기 퍼스트클래스의 3배나 비싼 비용을 치러야 했습니다. 연료도 2배로 소모됐으며 음속으로 인한 소음도 굉장히 시끄러웠죠. 기체 결함도 심각해 콩코드 여객기 사업 자체를 폐기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개발 과정에서 투입된 ‘매몰비용’이 아까워 투자를 계속 진행합니다. 결국 콩코드 여객기가 폭발하는 사고까지 발생하며 2003년 운영을 중단합니다. 총 190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이처럼 한 번 지출되어 회수할 수 없는 돈을 매몰비용이라고 합니다. 앞서 언급한 콩코드 여객기는 매몰비용이 아까워 포기해야 할 시점을 놓치고 더 큰 손실을 입은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제학에서는 ‘콩코드의 오류(Concorde Fallacy)’라고 불립니다. 어떤 일을 추진할 때 매몰비용을 고려하지 않고 지금까지 투자한 것이 아까워 더 깊이 개입하게 되는 의사결정과정을 의미합니다.

정부 정책을 시행함에 있어서도 매몰비용은 중요한 고려 사항입니다. 한국에서는 탈원전 정책과 관련해서 매몰비용 논란이 심화된 바 있습니다. 신규 원자력 발전소 건립을 위해 이미 1조원에 가까운 비용이 투입됐는데 해당 비용을 ‘매몰비용’으로 만들면서까지 원전 건설을 취소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인지에 대한 의견 대립이었습니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매몰비용의 예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영화관에서 선택한 영화가 너무 재미없거나, 음식점에서 나온 요리가 형편없는 맛이라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1분이라도 빨리 영화관에서 나와 다른 재미있는 여가 시간을 보낼 방법을 찾고, 맛없는 음식을 억지로 먹다가 체하기 보다는 새로운 음식점을 찾아 즐기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일 것입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이미 지출된 비용에 집착하여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매몰비용 오류’를 범합니다. 이미 매몰되어 회수할 수 없는 돈일 뿐인데 말입니다. 매몰비용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를 바탕으로 개인이나 기업, 정부에 이르기까지 최선의 경제적 판단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경제용어] 기회비용(opportunity c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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