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currency)는 ‘유통되는 화폐’를 줄인 말입니다. 물건 값을 지불할 때 사용되는 수단입니다. 흔히 지폐를 포함한 현금만을 통화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지폐보다 신용카드를 지급수단으로 더 많이 사용합니다. 그 외에도 은행 예금이나 증권회사의 예수금 같은 금융자산은 통화라고 볼 수 있을까요? 개인 금고 안에 10년 째 보관되어 있는 현금이나 마이너스 통장에 숫자로 찍혀있을 뿐인 대출금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이처럼 통화량은 통화의 정의와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서 다양한 수치가 나올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통화량의 기본이 되는 본원통화(monetary base)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우리가 쓰는 돈은 어디서 만들까요? 일반적으로 각국의 중앙은행에서 지폐나 주화의 형태로 화폐를 발행합니다. 중앙은행에서 발행되어 유통되는 화폐의 양을 본원통화라고 합니다. 한국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화폐를 10조원만큼 발행하려 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한국은행은 한국조폐공사에 10조원의 지폐 제작을 의뢰합니다. 의뢰를 받은 한국조폐공사는 경산에 위치한 화폐본부에서 지폐를 인쇄합니다. 위조를 방지하기 위한 첨단 기술이 적용되기 때문에 철저한 보안을 유지하며 진행됩니다. 새로 제작된 지폐는 한국은행 금고로 운반되고 한국은행은 신규 지폐를 은행 등의 시중 금융기관으로 공급하게 됩니다. 은행에서 돈을 인출하거나 대출을 받는 사람들에 의해 전국으로 유통되기 시작합니다.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시장에 적정한 돈이 유통되고 있어야 합니다. 너무 많은 돈이 유통되거나 돈이 너무 돌지 않아도 문제가 됩니다. 그래서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본원통화의 양을 조절함으로써 경제 상황을 적정한 수준으로 안정시키고자 노력합니다.
본원통화의 양이 증가하면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렸다는 의미가 되므로 금리는 떨어지고 개인이나 기업의 대출이 늘어날 것입니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위험도 높아집니다. 경제가 과열됐다고 판단하면 본원통화의 양을 줄여서 안정적인 경제 상황을 유도해야 합니다.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단순히 돈을 찍어내는 인쇄 공장의 역할이 아닙니다. 시장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시의적절하게 본원통화의 공급량을 조절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자국의 화폐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경제 상황을 유연하게 이끌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