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콘텐츠의 힘이 다시 한 번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네요. 넷플릭스에서 최근 공개된 ‘기생수: 더그레이’가 글로벌 1위를 차지했습니다. 지난 7일 한국, 브라질, 홍콩을 포함한 45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습니다. 미국에서는 공개와 동시에 2위를 차지했고, 뉴질랜드와 캐나다에서는 2위, 호주와 일본은 4위 등 상위권에 올랐는데요.
이미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을 선보이며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던 바 있던 연상호 감독의 신작입니다. 연상호 감독은 드라마 ‘지옥’의 예기치 못한 흥행에 당황했었다고 인터뷰 한 바 있었는데요. 이번 기생수의 흥행을 통해 더 이상 당황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우리 상호, 월드클래스 맞습니다.”
최근에는 인터뷰를 통해 ‘준경’ 역을 맡은 이정현의 연기 논란에 대해 생각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남편이 죽고 가짜 광기를 서서히 벗어던지는 준경의 모습이 진정한 준경의 캐릭터라며 이정현이 잘 표현해줬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장총을 들고 펼친 액션 연기에 대한 연기력 논란에도 ‘가녀린 체구의 여인이 한 조직을 이끌어가는 설정을 극단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며 작은 체구의 여성에 걸맞는 액션이었다고 자평했습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기생수의 원작은 일본 만화책입니다. 원작자는 이와아키 히토시라는 도쿄 출신의 만화가입니다. 1960년생인 히토시는 만화 ‘기생수’로 1993년 코단샤 만화상 일반부문을 수상했습니다.
기본적인 줄거리는 넷플릭스 드라마와 유사합니다. 어느 날 하늘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떨어진 정체불명의 생명체들이 인간의 뇌에 기생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SF 호러 만화입니다. 이 생명체들은 인간의 뇌에 기생하여 인간의 정신과 몸을 지배하게 되는데요. 주인공 신이치만이 생명체의 습격에서 간신히 살아남게 됩니다. 뇌는 지켰지만 오른손에는 외계 생명체가 기생하게 되면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며 살기 위해 공존합니다.
기생수 만화책 원작을 본 지 꽤 지났지만 아직도 그 알 수 없던 복잡한 감정들이 생생합니다. 초반에는 생명체들의 잔인한 살해 장면이나 오른손에 기생하는 생명체와의 기묘한 동거가 흥미롭게 다가왔다면 후반으로 갈수록 결국 ‘기생수’도 인간과 동등한 생명체임을 주장하며 인간의 본질에 대해 깊이 있는 생각에 빠지게 하는 작품입니다.
이와아키 히토시는 기생수 외 여러 작품을 통해 그만의 독특한 스토리텔링과 서사를 보여줍니다. 자신만의 그림체와 스토리를 바탕으로 인간성 탐구에 대한 철학적인 주제의식으로 많은 팬들을 확보했죠. 특히 진정한 생명의 의미와 인간의 존재 이유에 대해서 독자들에게 되묻는 듯한 작품들이 많습니다. 연상호 감독도 인터뷰를 통해 기생수 원작 만화의 오랜 팬이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자신만의 세계관으로 기생수를 연출하는 상상을 하곤 했다고 하네요.
2012년 데즈카 오사무 문화상 만화 대상을 수상한 ‘히스토리에’라는 작품도 강력 추천합니다. 아직 완결되지 않은 채 연재가 중단된 상태라 많은 아쉬움을 남기고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 외에도 《뼈의 소리》, 《후코의 가게》, 《눈의 고개》, 《칠석의 나라》, 《유레카》 등의 작품들도 있으니 기회가 되면 찾아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