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청조’라는 1996년생 여성이, 국가대표 펜싱 선수 남현희를 상대로 한 사기 행각이 밝혀지면서 최근까지도 각종 의혹과 논란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재벌 3세를 가장해 남현희의 유명세를 이용한 투자 사기 등 피해 액수는 26억 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저런 뻔한 사기에 왜 당할까?’라고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지만 학벌이 좋고 사회적 지위가 높을수록 사기를 잘 당한다고 합니다. 경각심을 일깨우고자 대한민국 역대 사기꾼 BEST 3인을 알아봅니다.
대한민국 역대 사기꾼 3위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전 회장
3위는 소위 ‘서울법대생 사칭사건’과 자신이 회장으로 있었던 저축은행을 통해 부실대출을 하고 수천억원을 횡령한, 악명 높은 충청남도 아산 출신 김찬경입니다.
충청남도 아산시, 소작농의 장남으로 태어난 김찬경은 중학교 중퇴로 서울로 상경해 공장 일을 하며 고학을 했습니다. 그러던 그는 70년대 후반 군복무를 시작하면서 사기꾼으로서의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군복무 시절 만난 서울대 법대생에게 자신도 검정고시로 서울대 법대에 합격해, 바로 입대했다고 속인 것입니다.
이렇게 시작된 인연으로 김찬경은 전역 후 초등학교 졸업 학력으로 서울법대생을 사칭하며, 복학생으로 함께 수업을 듣고 ‘법우회’라는 법대 동아리의 대표로 활동했습니다. 그는 MT나 미팅에도 적극적으로 참석하며 성실한 학과 활동으로 이미지가 좋았다고 하며, 사법시험 공부도 열심히 했다고 합니다. 병원 이사장의 딸이자 이화여대 재학 중인 학생을 소개받아 결혼까지 성공했고, 서울대 법대 학장이었던 교수가 주례까지 서주게 됩니다. 그러나 졸업앨범에 들어가는 주소를 기입하지 않아,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학적부 명부에 없다는 사실이 밝혀져 가짜 학생임이 드러났습니다. 당시 이 일을 알게 된 법대생들이 김찬경을 잡는다고 신림동을 이잡 듯 뒤졌다는데, 그 사람이 바로 윤석열 대통령과 전 서울서부지검장인 남기춘이었다고 합니다. 이 사건은 ‘서울법대생 사칭사건’으로 알려졌으며, 이를 바탕으로 한 소설도 출간되었을 정도입니다.
이후 김찬경은 여러차례 사업에 실패했으나 재력가였던 처가의 돈으로 채석장 사업을 성공시켜 수백억대의 자산가가 됐습니다. 이 돈으로 부동산 사업에 손댔으나 IMF 때 망하게 됩니다. 이후 금융업에 진출하여 자신이 헐값에 인수한 미래저축은행(구 한국상호신용금고)로부터 1,500억 원의 불법 대출을 받아 골프장 겸 온천 리조트를 차명으로 소유했습니다. 미래저축은행은 부실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을 이유로 예금주들에게 고소당했습니다. 김찬경은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지고 법적 처벌을 피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회사 돈 200억을 빼돌려 경기도 화성시 궁평항에서 중국으로 밀항을 시도했지만, 결국 체포됐습니다. 이때 검사 출신인 곽상도 변호사가 변호를 맡았고, 이는 나중에 박근혜 정부 민정수석 임명 시에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체포 후, 필리핀 카지노 건설을 위해 270억 원을 횡령한 것이 발각되고, 비자금 56억 원을 도난당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그의 아들은 만취 상태로 음주 운전을 해 6명이 크게 다쳤습니다.
2013년 1월에 징역 9년이 선고되었으나 항소심에서 8년으로 감형됐습니다. 지금은 복역을 마친 후 또 어떤 일을 벌이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대한민국 역대 사기꾼 2위 ‘주수도’
주수도는 제이유그룹의 창업자로, 대한민국에서 두 번째로 큰 다단계 사기 사건을 일으킨 사람입니다. 경상남도 울산의 작은 도시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에 가족을 잃고 힘든 시기를 겪었습니다. 혼자 남은 그는 중학교 졸업 후 서울로 이사하여, 학원에서 칠판을 닦으며 독학으로 공부했습니다. 미국의 한 대학을 졸업했다고 주장하지만 시기상 맞지 않아 거짓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영어 실력을 갖추고 유머 감각도 있어서 학력 위조를 통해 재력가 집안의 자녀들에게 고액 과외를 시작합니다. “낙원동 주선생”이라는 별명으로 유명세를 타며 많은 돈을 벌었습니다. 이 자금을 토대로 ‘서초학원’이라는 재수 학원을 설립하고, 각 과목별로 소위 일타강사들을 끌어 모았습니다.
수중에 돈이 많아지자 출세욕이 눈이 어두워진 주수도는 고위급 인사들과 연줄을 형성하며 정계 진출을 꿈꿨습니다. 하지만 결국 선거자금 문제로 파산했고 이후 건설회사 인수 등 여러 사업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하게 됩니다. 1996년에는 컴퓨터를 다단계로 판매하는 ‘일영인터내셔널’이라는 회사를 설립하기도 했지만 결국 다단계 사기 혐의로 구속을 당하며 사업은 실패로 돌아갑니다.
그가 풀려난 후에 설립한 회사가 바로 역대 최악의 다단계 회사인 ‘제이유그룹’의 모태가 되는 ‘주코’라는 다단계 업체입니다. 주코에서는 “소비생활 마케팅”이라는 독특한 마케팅 방식을 사용합니다. ‘소비가 곧 판매’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등급에 따라 구입한 물건 가격의 최대 250%를 수당으로 지급한다는 누가봐도 사기인 방식을 사용하지만 능숙한 말빨로 35만명이 넘는 회원을 모집했습니다. 2003년에는 Amway를 제치고 한때 다단계 사업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자금력을 바탕으로 백화점, 편의점, 슈퍼마켓 등의 유통업에 진출하고 건설업, 레저업, 영화 제작, 자원 탐사 개발 등 다양한 분야의 문어발식 확장으로 계열사 수는 20여개를 넘기게 됩니다. 그는 학원 운영 당시 정계에 접근했던 시절의 인맥을 활용해 무차별적으로 사업을 확장했으나 결국 부실경영으로 자금난에 허덕이게 됩니다.
2006년에 들어서면서 제이유 그룹의 부실경영과 다단계 판매 문제가 뉴스에 보도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주수도는 막판에 ‘루보사태’라는 역대 최악의 주가조작 사건을 일으켰습니다. 이 사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재산을 잃고 가정이 파탄났습니다.
제이유그룹이 2,000억원의 비자금을 만들고, 경찰이나 검찰, 공정거래위원회, 정치권 등에 로비 활동을 한다는 내용의 국가정보원의 보고서로 인해 검찰도 본격적으로 주수도를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제이유그룹은 해체되었고, 주수도는 사기죄로 감옥에 갔습니다. 주수도와 함께 일했던 자들은 출소 후 주가 조작 및 다단계 사기 회사를 설립해 끊임없이 물의를 일으켰습니다.
1조 1000억원대의 다단계 사기를 벌이고, 2023년 6월 파산한 ‘아쉬세븐’의 핵심 피의자 10명 가량이 제이유 출신인 것으로 밝혀졌으니 주수도라는 한 인물이 우리 사회에 끼친 악영향은 가볍게 볼 수 없을 것입니다.
대한민국 역대 사기꾼 1위 ‘조희팔’
조희팔은 단군 건국 이래 최대 사기범이라고 알려진 사람입니다. 의료기기 역렌탈 계약을 이용해 천문학적인 금액을 사기쳤으며 많은 국민들을 고통에 빠지게 한 장본인입니다.
젊은 시절 도박판을 전전하던 조희팔은 친형이 일하던 다단계 업체 숭민코리아(SMK)에 들어가 다단계를 배우게 됩니다. 그러던 2004년 “의료기기를 구매하고 이를 빌려주면 고수익을 낼 수 있다.”며 의료기기 렌탈 사기를 시작합니다. 회사에 440만원에 투자하면 연이율 48%의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속인 것입니다. 무려 4년 동안 매월 3만 5천원씩 꾸준히 입금됐다고 하니 입소문을 타고 전국 각 지역에 지점을 내기에 이릅니다. 하지만 실제 수익은 전혀 없었으며 신규 가입자에게서 받은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소위 ‘폰지사기’ 방식을 이용한 것입니다. 막판에는 도주계획까지 세우고 크게 한 탕 할 목적으로 수익률을 크게 보장하는 프로모션까지 진행합니다. 연예인까지 동원한 마케팅으로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 받게 됩니다.
결국, 2008년 10월, 조희팔은 회사 전산망을 파괴하는 등 증거를 모두 없애고 도주했으며 12월 9일 태안 마검포항에서 중국으로 밀항한 것을 마지막으로 행방이 묘연해졌습니다.
이 사기로 밝혀진 피해자 수는 총 7만여명, 총 피해액은 5조 715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로부터 3년 만에 조희팔이 중국에서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는데 이 또한 여러 의혹을 양산하게 됩니다. 장례식장 영상에 버젓이 조희팔의 얼굴이 나오는 상식 밖의 상황부터 DNA 검사 불가, 화장증명서 조작까지 수상한 점이 많았습니다. 이에 그의 죽음 역시 사기일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난무하며 자신의 죽음마저 사기친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사기꾼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게 됩니다. 2016년에는 조희팔 사기 실화를 바탕으로 ‘마스터’라는 영화가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마무리
대한민국 역대 사기꾼 BEST 3인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 큰 사기를 당할 확률이 높습니다. 퇴직 공무원이나 교수, 의사 등 전문직일수록 자기 확신이 강하며 모든 것을 본인 혼자 해결하려고 하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사기꾼의 먹잇감이 되지 않으려면 모든 일을 혼자 결정하지 말고 주변 사람들과 의논해야 하며 작은 부분도 체면을 버리고 끝까지 체크해야 합니다. 명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