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오러지 중국 전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이 4월 11일부터 13일까지 북한을 공식 방문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북한과 중국의 수교 75주년을 기념하는 ‘조중 친선의 해’ 개막식을 참석하기 위한 것이었죠.
자오러지 방북 일정
자오러지 위원장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로는 북한을 방문한 중국 최고위급 인사입니다. 11일 오후 북한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자오러지 위원장은 최룡해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영접을 받았습니다.
지난 12일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조중 친선의 해’ 개막식에 참석했으며, 13일 오후에는 동평양극장에서 특별음악회를 관람했습니다. ‘조중친선은 영원하리라’는 합창무대로 마지막을 장식한 공연이었다고 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모든 일정을 함께하며 양국의 발전방향을 논의했다고 알려졌으며 오찬 후 차량에 탑승해 이동하는 자오러지 위원장을 직접 배웅하며 일정을 마무리했습니다.
자오러지 권력 배경
1957년생인 자오러지는 제20기 중국공산단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며,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중화인민공화국의 정치인으로, 중국 공산당 서열 3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1975년 중국 공산당에 입당한 자오러지는 1977년 베이징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습니다. 칭하이성의 상업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하던 그는 칭하이성 성정부에서 상업 관리 분야를 담당하며 공직 생활을 이어갔습니다. 돈벌이 분야를 담당한 것이죠.
그는 제16기와 제17기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위원, 제18기에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국공산당 중앙조직부 부장을 지냈으며, 제19기에는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에 선출된 뒤 중국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를 맡았습니다. 제20기에도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에 선출되었으며, 의전 서열이 세 번째입니다.
평범한 교사였던 그가 중국 공산당의 권력 서열 3위까지 올라서게 된 배경은 무엇이었을까요? 그의 서열 상승은 중국공산당 내에서 오랜 시간 다양한 직책을 맡아오며 쌓아온 능력과 경험도 있겠지만 사실은 시진핑과의 오랜 인연에 기인합니다. 자우러지의 아버지와 시진핑의 아버지는 중국공산당 혁명 시기에 같은 부대에서 생활한 전우이자 혁명동지였다고 합니다. 특히 그는 시진핑의 아버지인 시중쉰의 묘지를 황제의 묘지처럼 조성하여(약 6000평) 성역화 하면서 시진핑의 눈에 들었습니다.
북한과 중국의 외교 관계
북중관계는 깊은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1949년 10월에 처음으로 외교 관계를 수립한 두 국가는, 우리가 알다시피 6.25 한국전쟁 동안 중국이 북한을 지원했습니다. 1961년에는 ‘조중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 조약’을 맺었습니다. 이 조약에서 특이할 점은 “한 국가가 무력 침공을 당해 전쟁 상태에 처하면, 상대국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군사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6.25 전쟁 당시 100만명의 군사를 한반도에 투입했던 중국이 북한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알 수 있는 사례입니다.
코로나19로 국경을 폐쇄했던 북한은 작년 8월부터 제한적으로 중국과 교류를 재개한 상태입니다. 2023년 상반기 북중 누적 교역액은 약 1조3천억원으로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 80% 수준까지 회복된 상태입니다. 북한은 유엔 제재로 석탄, 철광석 등의 지하자원 수출길이 막히자 중국을 대상으로 가발, 속눈썹 등 임가공 수출을 확대한 바 있습니다. 중국으로부터는 식량, 식용유, 의류 등 생필품, 건축 자재 등을 수입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특히 원유의 8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자오러지 북한 방문 진짜 이유
이번 자오러지 위원장의 방문은 2019년 6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북 이후 첫 상무위원급 방문이었습니다. 공식적으로는 친선의 해 개막식 참석이었지만,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 정상회담 관련 논의가 진행됐을거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시진핑과 자오러지 사이에 깊은 신뢰관계를 봤을 때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북을 논의하는 역할을 수행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중 경쟁이 심화될수록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중국은 한반도에서의 종합국력에서 미국에 열세인 상황에서 전략적 균형을 이루기 위해 북한이 필요하며, 북한은 코로나19와 대북제재, 자연재해 등으로 삼중고에 놓인 상황에서 미국과의 핵 협상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중국을 활용하려 합니다.
미중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지만, 미국이 추구하는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지역 안정을 원하는 중국 역시 어느 정도 찬성한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중국은 북한 비핵화에 대한 미국과의 협조를 통해 다른 중요한 미중 경쟁 이슈들을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중국은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에 나서는 데 중재자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북한은 중국과의 교역 재개가 절실하지만, 북한은 점진적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이에 대한 북중 고위급 간 논의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은 북한이 중국의 ‘꼭두각시’라고 생각하고 있고, 이에 따라 북한을 굴복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중국에 압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반면 중국은 냉전시대 미국과 중국이 외교관계를 맺음으로써 옛 소련을 견제했던 것처럼, 중국 견제를 위해 미국과 북한이 더 가까워질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복잡한 관계 속에서 북한, 중국, 미국은 각자의 이익과 목표를 추구하며 외교 정책을 수립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