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좀비랜드’가 멀지 않았다.(마약과 펜타닐, 확산원인과 대응점)

한 방송 매체에서 보도한 소위 ‘좀비랜드’, 미국 켄싱턴 거리 마약 중독자들의 영상은 우리를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미국에서는 하루에 100명 이상이 마약 중독으로 인해 사망합니다. 최근 우리나라도 마약 문제로 시끄럽습니다. 2021년 4월부터 1년 간 전국 27개의 하수처리장의 하수를 분석한 결과 모든 하수처리장에서 필로폰을 비롯한 각종 마약 성분이 검출됐으며 마약사범 또한 지난 10년 간 거의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경각심을 가지고 대비해야 할 중요한 시점입니다.

마약의 무분별한 처방을 의미하는 사진


마약의 종류

마약의 ‘마’는 ‘삼 마(麻)자’를 사용합니다. 전 세계에 유통되는 마약 종류 중에서 대마 관련 마약이 70%를 차지할 정도로 대표적인 마약이기 때문입니다. 자연 식물에서 유래한 마약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양귀비와 코카나무입니다. 양귀비의 꽃에서 즙을 추출하여 건조시킨 가루가 아편입니다. 코카나무 잎에서 주성분을 분리해서 가루형태로 만든 것이 코카인입니다. 아편에서 주요 물질을 추출해 모르핀을 만들었으며 모르핀을 연구해 더 강력한 헤로인을 개발합니다. 그 밖에 순수한 화학적 합성으로 만들어낸 필로폰(히로뽕)과 펜타닐 등이 있습니다. 최근 화두가 되는 펜타닐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펜타닐의 유래, 역사

1960년, 벨기에의 얀센이라는 의사가 발명한 펜타닐은 메페리딘에서 화학적 변화를 준 화합물입니다. 수술용 마취제로 시장에 들어왔으며 점차 수술 후 통증 관리를 위한 진통제 목적으로 널리 사용되게 됩니다. 피부에 붙이는 패치 형태로 편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2004년에는 매출 2조 원을 넘기게 됩니다.


펜타닐의 부작용

펜타닐은 강력한 중독성을 가진 합성 마약류 진통제입니다. 우선 호흡근을 비롯한 골격근의 마비 및 경직을 일으킵니다. 켄싱턴 거리의 마약 중독자들이 ‘좀비’의 모습처럼 등이 굽어 있는 이유가 그것입니다. 잦은 구토를 유발해 치아를 녹게 만들며 극히 소량으로도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에어비앤비 숙소를 이용한 가족의 19개월 아기가 이불 등에 남아 있던 펜타닐로 인해 사망한 안타까운 사례가 있습니다. 지난 10년 간 어린이와 청소년 사망자 수가 5,000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펜타닐 중독 증가의 원인

그렇다면 왜 갑자기 60년도 전에 발명된 펜타닐이 지금에 와서 이렇게 큰 문제를 일으키게 됐을까요? 바로 옥시코돈이 함유된 옥시콘틴이라는 진통제에서 비롯됐습니다. 파듀파마라는 제약회사가 개발한 이 진통제는 본래 임종을 앞두거나 수술 후 극심한 통증을 관리해야 하는 환자에게 처방하게 되어 있습니다. 엄청난 중독성을 가졌음에도 제약회사의 엉터리 논문 인용과 저명한 신경과 의사 영입을 통한 마케팅으로 일반 통증 환자에게도 널리 처방하게 됩니다. 이로부터 20년 간 수많은 중독자가 발생했으며 임산부부터 영유아까지 40만 명에 이르는 사망자가 발생하게 됩니다. 한 제약회사의 탐욕이 의사까지도 중독자가 될 정도로 마약 시장 수요자를 폭증시킨 것이라 하겠습니다.

옥시콘틴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자 중독자들은 대안이 필요했습니다. 바로 펜타닐입니다. 펜타닐은 모르핀의 100배의 위력을 가졌으며 소량으로도 사망할 수 있기 때문에 패치 형태로 신체에 부착합니다. 부착 후 14시간 동안 서서히 흡수되어 사흘 간 효과가 지속됩니다. 주로 말기 암 환자나 임종 전 통증 관리에 사용됩니다. 옥시콘틴을 구할 수 없게 된 중독자들은 헤로인보다 구하기 편하고 사용하기 좋은 펜타닐을 쇼핑하기 시작합니다. 의료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개인정보보호법의 헛점을 이용해 병원을 돌아다니며 펜타닐을 사들입니다. 빠른 효과를 얻기 위해 패치를 불에 그을려 연기를 마시거나 급한 경우 씹어서 삼키는 사례까지 발생하게 됩니다. 바야흐로 미국 내에서 ‘유행병(epidemic)’ 수준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대응점

사실 미국에서는 마약류 진통제 처방 기록을 데이터베이스화하고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시행됐습니다. 하지만 접속 및 인증이 복잡하고 확인 과정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게 된 것입니다. 국내에서도 의료계와 긴밀한 소통을 통해 간편하고 확실하게 마약류 중복 처방에 대해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단속도 물론 중요하지만 우리가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습니다. 정부 차원에서 꾸준한 예방 캠페인을 실시하고 중독자들을 조금 더 세심하게 관리한다면 타국의 사례와 같이 심각한 상황은 오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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