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용어] 디플레이션(deflation)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무려 17년 만에 금리를 인상했습니다. 일본은행(BOJ)은 지난 19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통해 현행 -0.1%인 단기금리를 0~0.1%로 유도하기로 한 것입니다. 2007년 이후 17년 만의 단기금리 인상입니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서 벗어난 것은 2016년 이후 8년 만입니다. 물가와 임금이 상승함에 따라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났다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하지만 기시다 일본 총리나 하야시 관방장관은 디플레이션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했습니다.

deflation


디플레이션이 무엇이길래 일본이라는 나라를 이렇게 오랫동안 괴롭힌걸까요? 디플레이션은 흔히 물가가 떨어지는 현상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지속적으로 가격 수준이 하락하는 현상을 뜻합니다. 물가가 점점 내려가면 우리가 필요한 물건을 사는데 필요한 비용도 줄어들게 되어 좋은 것이 아닐까요? 예를 들어 다이소에서 천원에 팔던 물건들을 오백원에 살 수 있다면 구매자 입장에서는 할인 이벤트와 같은 기쁜 일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생각해보면 디플레이션으로 인해 물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진다는 것은 경기가 침체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물건 값이 싸져서 좋아졌다기보다는 그만큼 저렴해졌는데도 그 물건을 살 사람도 없고 살 돈도 없는 것입니다. 공급되는 재화나 서비스에 비해 수요가 부족하다는 말입니다. 수요가 부족하다는 것은 아무리 좋은 물건이 있어도 살 사람이 없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악순환의 딜레마가 발생합니다. 우리는 경기가 어렵고 돈이 부족해지면 지출을 통제합니다. 대중교통 비용도 아끼며 걸어다니면서 2억원을 모았다는 ‘절약의 달인’도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지출을 줄이면서 절약의 달인이 된다면 기업들의 제품은 팔리지 않아 창고에 쌓이게 됩니다. 재고로 남는 것이죠. 손실을 본 것이니 기업의 입장에서도 허리띠를 졸라 매야 합니다. 직원의 수를 줄여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가뜩이나 경기도 어려운데 졸지에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많아지고, 더욱 더 지출을 줄이면서 악착같이 버티게 됩니다. 기업들의 수익은 더욱 줄어들게 되고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대규모 해고를 감행합니다. 나아가서는 견디다 못한 기업이 파산하고 말아 모든 직원이 직장을 잃게 되기도 합니다. 깨지 않는 악몽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너무 무서워졌습니다. 그만큼 디플레이션은 무서운 현상입니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있을까요? 인플레이션보다 무서운 것이 디플레이션이라고 할 만큼 해결하기가 힘든 현상이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생각하면 수요를 늘려 시장에 돈이 활발하게 돌아다니게 만들어야 합니다. 혈액 순환이 잘 돼야 몸이 건강하게 유지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디플레이션을 잡고자 할 때 일반적으로 정부가 취하는 첫 번째 해결책은 금리 인하입니다. 일본이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고자 17년이나 금리를 올리지 않았던 이유가 그것입니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도 잘 알려져 있지만,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이 대표적인 디플레이션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29년부터 시작된 미국 대공황으로 인해 약 천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직장을 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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